서울 아파트 평균 상승률
1년간 급감폭
연속 상승 주수
2025년 10월 15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으로 묶는 이른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갭투자를 차단하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흐른 오늘, 시장은 어떤 모습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책은 있었으나 해법은 없었다'는 쓸쓸한 진단이 나온다.
머니투데이, 한국일보, 비즈워치 등 주요 매체가 10·15 대책 1주년을 맞아 일제히 성과를 점검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대책 시행 전 6.5% 오르던 서울 집값은 대책 이후 1년간 11% 추가 상승했다. 반면 거래량은 약 39.7~41% 급감했다. 집값은 오르고 거래는 얼어붙는, '규제의 역설'이 그대로 현실이 됐다.
무엇이 문제였나: 10·15 대책의 설계 결함
10·15 대책의 핵심은 규제지역 확대와 금융 규제 강화였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의왕, 군포, 안산 등 수도권 외곽까지 넓히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한층 조였다. 이론적으로는 대출 여력을 제한해 매수 수요를 억제하고, 갭투자 차단으로 투기 수요를 걸러내는 설계였다.
그러나 이 설계는 치명적인 전제 오류를 안고 있었다. 서울의 집값 상승은 투기적 수요보다 공급 부족과 실수요 누적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2020년대 초반부터 서울과 1기 신도시의 정비사업 지연, 새 정부 들어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이 겹치면서 '기다리면 오른다'는 인식이 고착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맞물리며 자금 유입이 촉진됐다. 규제 강화가 매수세를 억누르기는 했지만, 정작 공급은 늘리지 못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매물은 잠기고 희소성 프리미엄만 높아졌다. 10·15 대책은 수요 억제 효과보다 매물 잠김 효과가 더 컸다.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의 조연이 됐다."
—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대책 1주년 인터뷰거래량 40% 급감: 시장 경색의 현실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약 40% 줄었다. 통상적으로 거래 감소는 집값 하락의 전조로 여겨지지만, 이번엔 달랐다. 강남·서초·용산 등 핵심 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여전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거래량 감소는 '거래를 못 하게 만든 규제'가 만든 인위적 경색이지, 수요 자체의 소멸이 아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세 시장이다. 규제지역 확대로 임대차3법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세 공급이 줄었다. 한국일보 분석에 따르면 외곽 지역의 전세 매물은 반토막이 났다. 실수요자들은 아파트를 사고 싶어도 규제에 막히고, 전세를 얻으려 해도 물건이 없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지금 시장은 거래가 안 되는 시장이지, 수요가 없는 시장이 아니다. 억눌린 수요가 응축되어 있고, 규제가 풀리는 순간 폭발적 거래 재개와 함께 집값 급등이 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이다."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10·15 대책이 남긴 세 가지 구조적 유산
첫째, 시장 이분화의 심화. 규제 효과는 외곽·비인기 지역에 집중됐다. 강남4구와 용산·마포 등 선호 지역은 규제에도 꿋꿋이 올랐다. 반면 외곽 지역은 거래가 끊기며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졌다. 이 '온도 차' 시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책 불신의 누적. 연달아 발표되는 대책에도 집값이 오르면서 '정책은 무기력하다'는 불신이 깊어졌다. 이는 향후 규제 완화나 부양책 발표 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셋째, 장기 공급 공백의 가시화. 대책에 집중한 나머지 신규 공급 확대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2026년 서울·수도권의 입주 물량은 예년 대비 약 15~20% 감소했다. 2027~2028년 입주 예정 물량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 압력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정책 전환의 갈림길
10·15 대책 1년의 교훈은 명확하다. 수요 억제형 규제만으로는 구조적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집값 상승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미 규제 내성을 키웠다. 강력한 규제가 발표돼도 단기 등락 후 재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제 정책 당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확대와 규제 정상화를 병행하는 것이다. 전자는 이미 실패를 반복한 길이다. 후자는 고통스럽지만 근본 처방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와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그리고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
머니투데이 사설은 "10·15 대책 1년, 이제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책 설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공급 없는 규제는 공염불이다.
📌 실수요자·투자자가 지금 알아야 할 시사점 5가지
- 규제 기조가 당장 바뀌지 않는다면 핵심 지역 매물 잠김은 계속되고, 가격 우상향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외곽·비인기 지역은 규제 해제 시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타이밍은 예측하기 어렵다 — 섣부른 진입은 금물.
- 전세 매물 감소 추세가 이어지므로 전세 갱신을 앞둔 임차인은 최소 3~6개월 전부터 대안을 탐색해야 한다.
- 규제 완화 시그널이 나오는 순간 억눌린 거래가 한꺼번에 터지며 가격 급등이 올 수 있다 — 갈아타기를 고려 중인 수요자는 시나리오별로 준비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 공급 확대 정책(1기 신도시 재정비, 3기 신도시 분양)의 구체적 일정에 주목하라. 공급이 가시화될 때 비로소 집값 안정의 출구가 열린다.
결론: 1년의 실패가 던지는 질문
10·15 대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갭투자 비중은 분명히 줄었고, 외곽 지역의 과열 기류는 일정 부분 진정됐다. 그러나 대책의 목표였던 '집값 안정'이라는 결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을 경색시키고 서민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더 높이 올려버렸다.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누군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무주택 서민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1년의 기록은, 다음 대책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면책 고지: 본 칼럼은 언론 보도 및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전문 견해의 제시이며, 특정 투자 판단이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는 개인의 재정 상황과 시장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