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영어권 국가이고 대학·이민 수요가 꾸준해 한국인에게도 관심이 높은 해외 부동산 시장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호주 주택을 사는 일은 한국처럼 계약금을 내고 잔금을 치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방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하고, 2025년 4월부터는 이미 지어진 주택(중고주택) 취득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어떤 주택을 살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지 않고 계약하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호주 정부 외국인투자 사이트(foreigninvestment.gov.au)와 각 주 세무당국 공시를 바탕으로 외국인 구매 조건, FIRB 신청 절차, 수수료, 주별 추가 인지세를 정리한다. 수수료와 세율은 매년 7월 물가에 연동해 조정되고 제도도 자주 바뀌므로, 아래 수치는 2025-26 회계연도 공시 기준이며 실제 신청 전에는 최신 값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외국인에게 FIRB 승인이 필요한 이유와 대상
호주 외국인 매수 규정(Foreign Acquisitions and Takeovers Act)에 따르면 호주 시민·영주권자가 아닌 개인, 외국 법인, 외국 정부 관련 투자자가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계약 전에 FIRB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시비자 소지자도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호주 영주권자와 시민은 이 절차에서 제외되며, 뉴질랜드 시민은 별도 예외가 적용된다. 한국 국적자는 한-호주 FTA에 따라 일부 업종의 심사 기준액이 높아지는 혜택이 있으나, 주거용 부동산은 FTA와 무관하게 금액에 상관없이 심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취득 가능 주택의 종류 — 신규주택과 중고주택
호주 제도는 주택을 신규주택(new dwelling), 공터(vacant land), 중고주택(established dwelling)으로 나눈다. 외국인에게 승인이 나오는 대상은 사실상 신규주택과 개발 목적 공터다. 신규주택은 개발업자가 처음 판매하는 주택이나 건축 중인 주택, 건축 후 10년 이내이며 입주·임대된 적 없는 주택을 포함한다. 특정 신축 단지는 개발업자가 외국인 판매 면제 인증서를 받아 두어, 구매자가 개별 승인 없이 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호주의 외국인 규제는 집을 못 사게 막는 것이 아니라, 새 집을 짓는 쪽으로 돈이 흘러가게 설계한 제도다. 공급을 늘리는 외국인 자금은 환영하고,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자금은 막는다."
— 호주 외국인투자 제도 취지 해설2025년 4월부터 중고주택 취득 금지
호주 정부는 2025년 4월 1일부터 외국인(임시비자 소지자 포함)의 중고주택 취득을 2년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당초 기한은 2027년 3월 31일까지였으며, 이후 금지 기간을 더 연장한다는 발표와 보도가 나오고 있어 기간 연장 여부는 FIRB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한다. 예외는 좁다. 대표적으로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최소 20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재개발 목적 취득 등이 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드니·멜버른의 기존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사는 방식은 현재 사실상 불가능하고, 신축 분양이나 공터 취득만 검토 대상이 된다.
FIRB 신청 절차 — 계약 전 승인, 수수료 납부
절차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FIRB 온라인 포털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수수료를 낸다. 법정 심사 기간은 30일이며, 서류 보완 요청이 있으면 길어질 수 있다. 승인이 나오면 통상 12개월 이내에 취득을 완료해야 한다. 계약서는 승인 조건부(subject to FIRB approval)로 체결할 수 있으나, 승인 없이 최종 계약을 진행하면 안 된다. 수수료는 취득 가격 구간별로 정해지며, 2025-26 회계연도 기준 신규주택·공터는 100만 호주달러 미만 A$14,700, 100만~200만 호주달러 미만 A$29,500, 200만~300만 호주달러 미만 A$44,200 수준이다. 중고주택의 예외 승인 수수료는 신규주택의 약 3배다.
"FIRB 수수료는 승인을 받지 못해도 환불되지 않는다. 신청 전에 취득 대상이 신규주택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첫 단계다."
— 호주 외국인투자 수수료 안내 요지주별 외국인 추가 인지세와 보유세
연방 승인과 별개로 각 주는 외국인 매수자에게 일반 인지세에 더해 추가 인지세(surcharge)를 부과한다. 일반적으로 뉴사우스웨일스·빅토리아·퀸즐랜드·태즈메이니아는 8%, 서호주·남호주는 7% 수준이며, 수도특별지구와 노던테리토리는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토리아주 등은 일반 인지세만 해도 매입가의 5% 안팎이라 외국인의 취득 비용은 매입가의 13%를 넘을 수 있다. 여기에 일부 주는 외국인 토지세 추가분과 공실 신고 의무, 연간 공실세(연방 수수료 상당액)를 별도로 부과한다. 임대소득과 매각차익은 호주에서 비거주자 세율로 과세되고, 한국에서는 해외 소득 신고 의무가 따로 생긴다.
한국인 매수자의 사전 점검 순서
호주 주택 구매를 검토 중이라면
- 취득 대상이 신규주택·공터에 해당하는지 개발업자의 분양 계약서와 면제 인증서 유무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 중고주택은 현재 금지 기간이므로 중개인의 "승인 가능" 설명만 믿지 말고 FIRB 공식 사이트와 변호사 확인을 거쳐야 한다.
- FIRB 수수료와 주별 외국인 추가 인지세를 합친 총 취득 비용을 매입가에 더해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 승인 후 취득 완료 기한, 공실 신고 의무, 연간 공실세 부과 요건을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한다.
- 한국에서는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와 임대소득 신고, 양도소득세 신고 의무가 있으므로 취득 단계에서부터 증빙을 보관해야 한다.
- 환율 변동 위험을 반영해 호주달러 기준 대출 가능 여부와 송금 경로를 은행에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결론 — 살 수 있는 주택부터 확인하는 시장
호주는 법과 등기 제도가 투명한 편이지만, 외국인에게는 가격이 아니라 자격과 대상이 먼저 문제가 되는 시장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신규주택과 공터만 FIRB 승인을 거쳐 살 수 있고, 승인 수수료와 주별 추가 인지세가 취득 비용을 크게 올린다. 구매를 고민한다면 대상 물건의 종류, 승인 절차와 수수료, 주별 추가 세금을 먼저 합산하고, 한국 신고 의무까지 포함한 세후 수익을 따져 보는 순서가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