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가격은 뜨겁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3,046건까지 추락한 것은 통계 집계 이래 극도로 낮은 수준이다. 추석 연휴까지 감안하면 9월 거래량이 1,000건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1년 전보다 가격은 14.56%나 올라 있다. 이 이상한 시장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000건에 육박했다. 봄 이사철과 맞물려 실수요 매수세가 폭발했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가 근접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6~7월 5,000건대로 하락한 거래량은 8월 3,046건까지 내려앉았다. 세제 개편안 발표 직전, '팔아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혼란이 시장 전체를 마비시킨 셈이다.
1. 세제 개편이 촉발한 시장 관망
이번 세제 개편안은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다. 발표 이전에 이미 시장에는 '곧 규제가 강화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것이 매수심리를 억눌렀다. 매수자 입장에선 '지금 사면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고, 매도자 입장에선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버티기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두 힘이 충돌해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구간이 형성됐다.
2. 외곽 지역까지 번진 가격 상승
이 와중에도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상승의 확산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던 서울 외곽 지역들이 이제 달아오르고 있다. 노원구 전월 대비 1.68%, 성북구 1.66% 상승은 서울 평균(0.75%)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강남권의 상승 피로감이 외곽으로 수요를 이동시키는 '풍선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가 줄면 가격도 내린다는 법칙이 지금 서울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고, 1주택자들은 세금 때문에 더 굳게 집을 잠갔습니다. 공급이 없으면 가격은 내리지 않습니다."
— KB주택시장 리뷰, 2026년 9월호3. 동남권·동북권 두 축이 주도하는 상승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편차는 두드러진다.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은 대규모 재건축 기대감과 학군 수요가 겹치면서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북권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단지들이 '막차' 수요를 흡수하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반면 동작·관악 등 일부 구는 여전히 관망이 우세하다. 상승이 고르지 않다는 것은 여전히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4. 전세 시장은 별도의 전쟁 중
매매가 주춤한 사이 전세 시장은 별도의 긴장감 속에 있다. 가을 이사철이 도래했고, 신규 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전세가격은 이미 수개월째 상승 중이며,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역전세난이 걱정되던 불과 1~2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수도권 전세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매매를 고민하던 수요자들이 일단 전세로 버티는 전략을 택하면서 전세 수요가 더 늘었고, 공급은 줄었습니다. 전세발 가격 상승 압력이 매매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습니다."
— KB주택시장 리뷰 2026년 9월호, 전세시장 편5. 비수도권 시장은 정반대 흐름
서울·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 시장은 미분양 증가와 거래 부진이 겹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 광역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역은 수요 부족과 인구 감소가 맞물려 장기적 가격 하락 압력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지방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지금 시장, 어떻게 볼 것인가
실수요자·투자자를 위한 시장 읽기 포인트
- 거래량 = 시장 온도계: 지금의 거래량 급감은 '붕괴'가 아닌 '교착' 신호다. 세제 개편 전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거래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 외곽 상승 주목: 노원·성북 등 외곽 구의 전월 대비 1.6%+ 상승은 강남 대비 저평가 해소 과정일 수 있다. 장기 보유 관점에서 유망 단지를 선별할 시점.
- 전세 만기 전 선제 대응: 가을 이사철과 물량 부족이 겹친 지금,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다면 최소 2~3개월 전부터 시장을 살펴야 한다.
- 분양 청약 재점검: 매매 거래가 줄어든 시기일수록 분양가 대비 시세 차익이 큰 분양 단지는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기회가 된다.
- 정책 변수 지속 모니터링: 세제 개편안의 최종 형태와 시행 시점이 하반기 시장 방향을 결정할 최대 변수다. 정책 동향을 주 단위로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결론
2026년 가을 서울 부동산 시장은 '거래의 겨울, 가격의 여름'이 공존하는 이례적 국면에 있다. 세제 개편이라는 구조적 충격이 시장을 관망으로 몰아가는 사이, 공급 부족과 외곽 수요 확산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이 교착상태가 어떻게 해소되느냐가 2026년 연말과 2027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단기 노이즈에 흔들리지 말고, 공급·정책·금리 세 변수를 중심으로 냉철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