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인수할 때 보증금과 월세보다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돈이 권리금이다. 그런데 이 돈은 임대차계약서에 적히지 않는다. 임대인이 아니라 앞선 임차인에게, 별도의 계약으로 오간다. 계약 구조가 이렇다 보니 "권리금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오해가 오래 남아 있었다.
사실은 다르다.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권리금은 법률상 정의를 얻었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임대인이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됐다. 다만 보호의 방식이 직관과 다르다. 법은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물어주라고 하지 않는다.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데려와 권리금을 받는 과정을 임대인이 막지 말라고 할 뿐이다. 이 차이를 모르면 보호 조항이 있어도 한 푼도 못 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24년 실태를 조사해 2025년 공개한 결과를 보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유 1위는 "임대인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으로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로 34.2%였다. 임대인이 대놓고 거절해서가 아니라, 새 임차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 현실의 주된 유형이라는 뜻이다.
권리금의 법적 뜻 — 무엇의 대가인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 제1항은 권리금을 이렇게 정의한다.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가 축적한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대가로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이다.
정의를 뜯어보면 권리금이 왜 세 갈래로 나뉘는지가 보인다. 열거된 항목 중 "영업시설·비품"은 만질 수 있는 물건이고, "거래처·신용·노하우"는 그 사람이 쌓은 무형의 것이며,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은 사람도 물건도 아닌 자리 자체의 값이다. 실무에서 쓰는 시설권리금·영업권리금·바닥권리금은 이 세 항목에 각각 대응한다.
바닥·영업·시설 권리금 차이
세 가지를 뭉뚱그려 한 덩어리로 협상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다툴 근거가 없어진다. 권리금 계약서에 항목별 금액을 나눠 적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성격이 다르면 소멸하는 방식도, 회수 가능성도 다르다.
| 구분 | 무엇의 값인가 | 재산 성격 | 양수인이 확인할 것 |
|---|---|---|---|
| 바닥권리금 | 자리(입지) 자체의 영업상 이점 | 무형재산 | 유동인구·상권 성숙도·재개발 예정 여부 |
| 영업권리금 | 거래처·단골·매출·노하우 | 무형재산 | 최근 12개월 카드 매출·부가세 신고자료 |
| 시설권리금 | 인테리어·주방설비·집기 비품 | 유형재산 | 시공 시점·잔존 내용연수·원상회복 의무 범위 |
세 가지 중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은 시설권리금이다. 감가상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통상 인테리어는 5년 내외를 내용연수로 보므로, 5년 전에 시공한 설비에 신품 기준 금액을 요구한다면 근거가 약하다. 반대로 바닥권리금은 상권이 유지되는 한 줄지 않지만, 상권이 이동하면 하루아침에 0이 된다. 업종을 바꿀 계획이라면 영업권리금은 애초에 인수 대상이 아니다. 앞 사람의 단골은 업종이 바뀌는 순간 따라오지 않는다.
권리금 산정 방법 — 감정평가는 어떻게 하나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통용되지만, 공식 산정 기준은 존재한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23조 제3항과 국토교통부 「감정평가 실무기준」 660-4(권리금의 감정평가, 2015년 9월 신설)가 그것이다. 소송이나 조정 단계에서 감정인이 쓰는 방법도 이 기준이다.
핵심은 유형재산과 무형재산을 나눠 각각 평가한 뒤 합산한다는 것이다. 통으로 얼마인지 감으로 매기지 않는다.
유형재산 → 원가법 | 무형재산 → 수익환원법
유형재산인 시설·비품은 원가법이 원칙이다. 재조달원가에서 감가수정을 하는 방식이라, 얼마에 시공했고 얼마나 썼는지가 곧 금액이 된다. 무형재산인 바닥·영업권리금은 수익환원법이 원칙이다. 그 영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초과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각각 거래사례비교법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실무기준은 위 방법을 원칙으로 정해 두고 있다.
수익환원법이 뜻하는 것 — 매출이 아니라 초과수익
무형재산 평가에서 환원 대상이 되는 것은 매출액이 아니라, 동일 업종의 통상적인 수익을 넘어서는 부분이다. 매출이 크더라도 인건비·임차료·원가를 빼고 나면 업계 평균과 다르지 않은 점포라면 무형재산 가치는 크게 잡히지 않는다. 양도인이 제시하는 "월 매출 몇천"은 그 자체로 권리금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임대인이 하면 안 되는 4가지 행위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다음 행위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세 번째 유형이 앞서 본 실태조사 1위 사유와 정확히 겹친다. 다만 "현저히 고액"의 판단 기준은 법에 수치로 정해져 있지 않아, 인근 시세·기존 차임 대비 인상률·상권 상황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임대인이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데, 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권리금이 보호되지 않는 경우
보호 조항에는 두 겹의 예외가 있다. 첫째, 제10조의5는 대규모점포·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상가(전통시장은 제외)와 국유재산·공유재산에는 권리금 규정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다. 백화점·대형마트 내 입점 매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제10조 제1항에 열거된 갱신거절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의 방해금지 의무도 면제된다. 대표적인 것이 3기분의 차임 연체다. 계약기간 중 누적 3기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체한 사실이 있으면, 이후 연체를 해소했더라도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도 함께 사라진다. 임대인 동의 없는 전대, 고의·중과실에 의한 건물 파손,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재건축해야 하는 경우도 같다.
권리금에 붙는 세금 — 받는 쪽과 주는 쪽
권리금은 세금 처리에서 자주 누락되는 항목이다. 2026년 9월 기준 과세 구조는 이렇다.
받는 사람(양도인) 입장에서 권리금은 원칙적으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영업권 등 자산·권리의 양도 대가)이다. 필요경비를 60% 의제하므로 소득금액은 지급액의 40%이고, 여기에 원천징수세율 20%를 적용하면 지급액의 8%, 지방소득세 0.8%를 더해 실효 8.8%가 원천징수된다. 다만 사업용 고정자산과 함께 포괄적으로 양도되는 등 사업양수도의 성격이 짙으면 기타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이나 양도소득으로 구분될 수 있어,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갈린다.
주는 사람(양수인)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챙겨야 한다. 하나는 위 원천징수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권리금을 무형자산(영업권)으로 계상해 감가상각하는 절차다. 세금계산서를 받아 두지 않으면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권리금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므로 양도인이 일반과세자라면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현금으로만 주고받고 증빙을 남기지 않으면, 몇 년 뒤 그 금액만큼 세금에서 손해를 본다.
| 구분 | 양도인(받는 쪽) | 양수인(주는 쪽) |
|---|---|---|
| 소득 구분 | 기타소득(원칙) / 사업·양도소득(예외) | 무형자산 영업권으로 계상 |
| 필요경비 | 60% 의제 | 감가상각으로 비용화 |
| 원천징수 | 지급액의 8.8% 차감 후 수령 | 원천징수·납부 의무 |
| 부가가치세 | 과세 대상 — 세금계산서 발급 | 매입세액 공제 |
제도 평가 — 절반만 작동하는 보호
2015년 이후 10년 넘게 운용된 결과를 보면, 권리금 보호 조항은 임대인의 노골적인 권리금 가로채기는 상당 부분 억제했다. 그러나 실태조사가 보여주듯 회수 실패의 주된 경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차임을 크게 올려 새 임차인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방식은 "현저히 고액"이라는 불확정 개념의 해석에 걸려 있고, 그 판단을 받으려면 소송을 거쳐야 한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태에서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은 많지 않다.
제도 설계상 더 근본적인 한계는, 보호의 출발점이 임차인의 신규임차인 주선에 있다는 점이다. 상권이 침체해 인수 희망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으면 법은 개입할 지점을 갖지 못한다. 권리금은 결국 그 자리에서 장사가 된다는 기대의 값이므로, 상권이 식으면 보호 조항의 유무와 무관하게 소멸한다.
실수요자·투자자 시사점
- 권리금 계약서는 항목별로 쪼개 쓴다. 국토교통부 표준권리금계약서(법 제10조의6)를 쓰고, 바닥·영업·시설 금액과 이전 대상 범위를 특정한다.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의 반환 조건도 명시한다.
- 임대차계약 체결 전에는 권리금 잔금을 치르지 않는다. 임대인이 신규 계약을 거절하면 권리금만 날아간다. 임대차계약 체결을 정지조건으로 걸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
- 영업권리금은 매출 증빙으로만 검증한다. 최근 12개월치 부가가치세 신고서와 카드 매출 자료를 요구하고, 구두로 제시된 숫자는 근거로 삼지 않는다.
- 연체 이력을 반드시 확인한다. 양도인이 과거 3기분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으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가 적용되지 않아, 인수 후 본인이 나갈 때도 같은 위험을 물려받는다.
- 세금계산서를 받고 원천징수를 이행한다. 8.8% 원천징수를 빠뜨리면 가산세가 붙고, 증빙 없는 권리금은 감가상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 남은 임대차 기간과 갱신요구권 잔여분을 계산한다. 전체 임대차 기간 10년 중 몇 년이 소진됐는지에 따라 인수 후 회수 가능 기간이 정해진다.
결론
권리금은 보증금처럼 돌려받는 돈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넘겨서 회수하는 돈이다. 법이 지켜 주는 것도 그 회수 과정이지 금액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실무의 승부는 계약 시점에 갈린다. 항목별로 금액을 나눠 적었는지, 임대차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걸었는지, 매출과 시설의 근거를 서류로 남겼는지가 3년 뒤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권 판단은 그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