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3일 오후, 기획재정부는 '2026 세제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부동산 세제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고가 비거주 주택에는 강한 세 부담을 지운다." 이 원칙 아래, 거주 여부와 주택가격이 세금의 두 기둥이 되는 새로운 부동산 세제 체계가 구축된다.
이번 개편안은 수년간 시장에서 논의돼온 '주택 수 기준 종부세'의 폐지와 '가액 기준 종부세'로의 전환을 구체화한 것으로, 2028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그 전까지는 거주 여부에 따른 공제 차등화가 핵심 레버리지로 작동한다.
종부세 개편: 거주하면 혜택, 비거주는 짐
가장 주목할 변화는 거주 여부에 따른 기본공제 이중화다. 현재는 1주택자라면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기본공제 12억 원이 적용된다. 앞으로는 실거주자에게 14억 원(시가 약 20억 원)을 적용하고, 비거주 1주택자는 오히려 9억 원으로 낮춘다. 단순 계산으로, 같은 집을 갖고 있어도 거주냐 비거주냐에 따라 종부세 과표 차이가 최대 5억 원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4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은 2027년부터 종부세율이 최대 2배까지 오른다. 시가 30억 원을 넘는 주택의 비거주 보유자는 세 부담이 4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자 증세의 성격이 강하지만, 사실상 강남·마용성 고가 단지를 정조준한 정책이기도 하다.
"이번 세제개편은 '거주=선(善), 비거주=악(惡)'의 이분법을 세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집을 투자 도구로 보유하던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금을 통해 거주 중심으로 시장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양도세 개편: 팔려는 사람에겐 출구를
보유세가 강화되는 반면, 양도세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 정부는 매물 출회를 유도해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1세대 1주택 거주자에 대한 양도세 기본공제는 연 2,500만 원(양도가액 30억 원 이하)으로 기존보다 10배 높아졌다.
10년 이상 장기 거주자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80%가 적용된다. 단, 이 혜택은 거주 기간 조건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집만 보유하고 다른 곳에 살았다면 혜택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결국 '오래 살수록 세금이 줄어든다'는 구조로, 잦은 이사와 투자 목적 단기 보유를 억제하는 설계다.
| 구분 | 현행 | 개편(2027~) | 평가 |
|---|---|---|---|
| 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 | 12억원 | 14억원 | 실거주자 부담 완화 |
|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 | 12억원 | 9억원 | 비거주 세부담 증가 |
| 40억+ 초고가 종부세율 | 현행 | 최대 2배 | 고가 주택 부자증세 |
| 종부세 기준(2028년~) | 주택 수 | 가액 기준 | 다주택자 구조 변화 |
| 양도세 기본공제 | 250만원 | 2,500만원 | 매물 출회 유도 |
| 장특공제(10년+ 거주) | 최대 70% | 80% | 장기거주 혜택 강화 |
"양도세 완화는 매물 잠김을 풀기 위한 당근이다. 하지만 종부세 강화라는 채찍이 함께 온다. 결국 갖고 있기도 불편하고, 팔기는 나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정책 설계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혼란을 겪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보유 행태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것이다."
2028년 대전환: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이번 개편의 진짜 지뢰는 2028년부터 적용되는 '가액 기준 종부세 일원화'다. 현재는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구조인데, 2028년부터는 보유한 주택의 총 가액으로 세금이 결정된다. 이는 '작은 집 여러 채'보다 '비싼 집 한 채'가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6억짜리 아파트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와 18억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가 동일한 세율 구간에 놓이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의 세제 우위가 약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실제 세율 구간과 과표 설계에 따라 구체적인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충격 시나리오: 단기 매물 출회 vs 중장기 보유 조정
전문가들은 8·3 세제개편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 단계로 나눠 본다. 단기적으로는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 일부가 양도세 완화를 활용해 매물을 출회시킬 가능성이 있다. 9~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거주 중심 보유 구조'로의 재편이 가속될 것이다. 비거주 갭투자나 투자 목적 고가 주택 보유가 세제 면에서 현저히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강남권 고가 단지에서 비거주자의 매물이 서서히 늘어나고, 그 매물을 실거주 수요가 흡수하는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 실수요자·투자자 체크리스트
- 거주 중인 1주택자라면 종부세 기본공제가 14억으로 상향된다. 시가 20억 이하 실거주자에게는 사실상 종부세 부담이 없어진다.
- 비거주 1주택자는 공제가 9억으로 줄어든다. 시가 14억~18억 구간 비거주 주택 보유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 다주택자는 2028년 가액 기준 전환 전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시간이 있다. 양도세 완화된 지금이 구조 정리의 기회다.
- 양도세 기본공제 2,500만 원 확대는 실거주 매도자에게 유리하다. 매도 계획이 있다면 올 하반기가 적기일 수 있다.
- 10년 이상 장기 거주 1주택자는 장특공제 80%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사를 고민 중이라면 거주 기간 요건을 꼭 점검하라.
정책 평가: 방향은 맞되, 부작용을 주시해야 한다
이번 세제개편의 방향성은 일관되고 논리적이다.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투기성 보유를 억제한다는 큰 그림은 선명하다. 양도세 완화를 통해 매물 잠김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2028년 가액 기준 일원화도 불필요한 주택 분산 보유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부작용도 예상된다. 비거주자의 세부담이 급증하면 일부 매물이 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임대 공급은 늘어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간 세부담 전가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또한 초고가 주택 종부세 부담 급증이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에 일시적 매물 충격을 줄 수 있으나, 실수요 기반이 탄탄한 강남권의 가격을 장기 하락시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책은 발표됐고, 시장의 반응이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개편안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가'다. 세율 구간, 거주 요건의 정의, 가액 기준 산정 방식 등 세부 사항이 결국 시장 충격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