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출 족쇄, 풀리나?
서울 정비사업 3만 가구의 운명이 달렸다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 구역 91%가 이주비 조달 차질로 사업이 멈췄다. 정부가 7월 말 LTV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과연 이 규제 완화는 막힌 공급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2026년 7월 25일 | 부동산인사이트 편집팀 | #재건축 #정비사업 #이주비 #LTV완화 #주택공급

91%
이주 예정 정비사업 구역 중
이주비 조달 차질 비율
3만+
이주비 정상화 시
공급 가능 추정 가구 수
LTV 70%
서울시가 정부에 건의한
이주비 담보인정비율

왜 지금 이주비가 문제인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은 단순히 낡은 아파트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절차가 아니다. 수천 명의 조합원이 기존 주거지를 떠나 임시 거처로 이사하는 '이주'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철거와 착공이 시작된다. 문제는 이주비다. 이주 기간 동안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거나 임시 거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의존하는 것이 바로 이주비 대출인데,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이 대출의 한도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정비사업 구역 43곳 가운데 무려 39곳(91%)이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사업 지연의 문제가 아니다. 착공이 늦춰질수록 수년 뒤의 서울 주택 공급량은 직격탄을 맞고, 그 여파는 아파트값 상승과 전셋값 급등으로 실수요자들에게 되돌아온다.

정부의 '신중 모드':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정부는 7월 말 예정된 부동산·금융 종합대책에서 이주비 대출 LTV 완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방향은 이주비처럼 '주택 공급 과정에 필수적인 대출'을 일반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분리해 별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시는 현행 60% 수준인 이주비 LTV를 70%까지 확대해 달라는 건의를 금융당국에 공식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 모드'다. 이주비 대출 완화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억눌려 있던 투자 수요가 다시 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재차 상승 흐름을 보이는 시기에 섣불리 대출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 불안을 자극한다면,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이주비 대출만 정상화해도 서울에서 3만여 가구 공급에 숨통이 트인다. 집값을 올리는 대출이 아니라 공급을 늘리는 대출인데, 이를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 업계 정비사업 전문가 발언 (2026.07)

이주비 LTV, 왜 70%가 마지노선인가

현재 이주비 대출은 해당 부동산(종전 자산)을 담보로 실행되는데, LTV 한도가 60% 이하로 묶여 있어 감정가가 낮은 노후 아파트 조합원들은 실질적인 이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도심권 오래된 단지의 경우 감정가가 시세의 70~80%에 불과한데, 여기에 60% LTV를 적용하면 실수령 대출액이 훨씬 더 줄어드는 구조다.

서울시가 건의한 70%는 공급 측면에서 '최소한의 숨통'으로 평가된다. 이 수준으로 완화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5,000만~1억 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겨 이주 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으로는 공사비 급등으로 이미 흔들리는 사업성에 대한 전면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이주비 완화가 단기 돌파구일 뿐 근본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멈춘 공급, 치솟는 전셋값의 악순환

정비사업 지연의 파장은 이미 전세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주가 늦춰진 구역의 조합원들은 기존 주거지에 계속 눌러앉아 있게 되고, 그만큼 해당 지역의 전세 공급량이 줄어든다. 인근 지역으로 이주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셋값은 또다시 오름세를 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7년까지 구조적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비사업 이외에 신규 공급을 확대할 대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주비 규제 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가 업계 전반에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집값이 안정되면 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 집값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 바로 공급 부족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결국 언젠가는 풀어야 할 규제라면 빠를수록 낫다." — 부동산 정책 연구자 인터뷰 (2026.07)

정책 평가: 분리 규제는 올바른 방향, 속도가 관건

정책 평가 요약

정부가 검토 중인 '이주비 대출 별도 기준 적용'은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다. 주택 구입을 위한 가계 대출과 정비사업 공급 과정에 필수적인 이주비 대출은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이를 동일한 규제 틀 안에 묶어둔 것이 오히려 예외적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실효성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폭넓게'에 달려 있다. 7월 말 대책 발표가 LTV 70% 수준에 그친다면 단기 효과에 그칠 수 있으며, 공사비 안정화, 금융비용 지원 등 병행 대책 없이는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일부 구역의 사업 포기를 막기 어렵다.

실수요자·조합원을 위한 시사점

  • 조합원이라면 이주비 조달 계획을 지금 다시 점검하라. 정부 대책 발표 전까지는 현행 LTV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해 이주 자금 계획을 세우되, 완화 발표 즉시 재신청 기회를 노려라.
  • 이주 예정 구역 인근 전세 수요자는 서둘러야 한다. 이주비 완화로 사업 속도가 붙으면 해당 구역 및 인근의 전세 매물이 단기간에 급감할 수 있다.
  • 정비사업 구역 매수를 고려 중이라면 이주 진행 현황을 먼저 확인하라. 이주비 차질로 착공이 지연된 구역은 사업 리스크가 높아 '이주 완료 구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유리하다.
  • 정책 발표일(7월 말 예정)까지 두 달 이내의 급매는 경계하라. 대책 내용에 따라 사업성이 급변할 수 있어 현재 시점의 급매는 향후 반등 여지를 과소평가한 가격일 수 있다.
  • 이주비 규제 완화가 전세 시장 및 공급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착공이 재개되는 구역들을 중심으로 3~5년 후 입주 물량 증가를 예상하고, 중장기 전세·매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 공급의 전제 조건이 된 이주비

서울 주택 공급의 최대 난관은 더 이상 토지 부족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 구역이라는 토지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그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한 '돈의 흐름'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이주비 LTV 규제는 그 막힘의 상징이다. 정부가 7월 말 얼마나 과감하게 이 규제를 풀 수 있느냐가, 향후 2~3년의 서울 주택 공급 지도를 사실상 결정짓게 된다.

완화의 부작용을 두려워해 공급을 막는 것이 결국 더 큰 집값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역설. 정부는 이제 그 딜레마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 본 기사는 공개된 보도 자료 및 업계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해설 콘텐츠입니다.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지 마시고, 부동산 투자는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예측과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