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30% 오르며 7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길게 연속 오른 기록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85주(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다. 현재 74주는 그 기록에 11주가 남았다. 시장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올해 10월 초 전후로 역대 최장 기록이 경신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74주라는 숫자가 무서운 이유
74주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기록 경쟁 때문이 아니다. 연속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기준선이 바뀐다.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굳어지면 실수요자의 매수 결정이 빨라지고, 임대인의 전세 공급이 줄어들며, 매물 회수가 늘어난다. 이 세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면 수요·공급 양쪽에서 가격 상승을 가속하는 자기 실현적 사이클이 형성된다.
실제로 7월 서울 시장에서 이 세 현상이 모두 포착되고 있다. 강북 일대 대단지와 역세권 아파트는 호가를 올려도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재건축 기대 지역은 매물이 실종 상태다. 전셋값도 매매가 상승폭을 소폭 앞지른 0.31% 상승을 기록해 전세 시장도 팽팽한 수급 불균형 상태임을 보여준다.
지역별 온도차: 성북구·구로구가 이끌고 강남은 '상대적 차분'
74주 연속 상승이지만 서울 안에서도 온도차는 뚜렷하다. 이번 주 상승률 1위는 성북구로 0.49%를 기록했다. 길음·미아 일대 정비사업 기대감과 동대문구 접근성을 겸비한 지역 특성상 강북 중저가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구로구(+0.44%), 중구(+0.40%), 강서구(+0.38%)가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이번 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남은 이미 고점 논란이 있고, 규제 지역 지정 가능성과 세제 개편에 따른 보유 비용 상승을 의식한 관망 심리가 일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강북과 외곽 중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부담으로 수요가 몰리며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 자치구 | 주간 상승률 | 상승 강도 |
|---|---|---|
| 성북구 | +0.49% | |
| 구로구 | +0.44% | |
| 중구 | +0.40% | |
| 강서구 | +0.38% | |
| 서울 평균 | +0.30% |
규제의 역설: 구리·용인은 '3중 규제'에도 오름세 확대
정부는 최근 구리시와 용인 기흥구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을 동시에 적용하는 이른바 '3중 규제'를 발동했다. 통상 이런 규제는 해당 지역의 거래를 위축시키고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7월 둘째 주 수치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였다. 구리시와 용인 기흥구의 아파트 오름폭이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이 역설은 몇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규제 발표 직후 실수요자들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진다'는 판단 아래 서둘러 매수에 나서는 '규제 발표 효과'다. 둘째, 투기수요를 차단하면서 매물이 줄어들어 오히려 수급이 악화되는 공급 위축 효과다. 셋째, 인근 지역으로 대기 수요가 분산되지 않고 해당 지역을 고수하는 실수요의 끈기다. 이 세 요인이 맞물리면 규제 초기에는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보지만, 시장은 그 시차를 틈타 움직이는 중이다.
전세 시장의 숨은 뇌관
매매가보다 한 발짝 앞서 전셋값이 0.31%로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선행하는 현상은 두 가지를 동시에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임차 수요가 매우 강해 임대인이 전세가를 충분히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상승하면 갭투자의 진입 비용이 낮아지고, 이것이 다시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피드백 루프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공급 측면에서도 전세 시장에 불리한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2025~2026년 서울 및 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으며,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청구권 4년 주기가 만료되는 물량들이 전세 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임대인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세제 개편에서 민간 임대 육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반기 시장 전망: 85주 경신이냐 변곡이냐
2026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방향을 가를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7월 말 발표될 부동산 세제 개편의 강도다. 시장 예상보다 강한 보유세·양도세 강화가 나오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자극해 단기 가격 안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온건한 수준이면 상승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둘째는 하반기 공급 물량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입주 일정을 앞당기거나 도심 정비사업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면 공급 기대감이 매수 심리를 누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 시장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셋째는 금리 환경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현재 2.75% 수준으로 안정적이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가속이나 환율 급변이 발생하면 추가 인상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LTV·DSR 여건이 타이트해져 수요 측 충격이 올 수 있다.
세 변수 모두를 감안했을 때, 2026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되 속도는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제 개편이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일시적 조정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중장기 실수요자에게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수요자·투자자 시사점
- 74주 연속 상승 추세는 강하지만, 85주 기록에 가까워질수록 정부의 규제 대응도 강해질 수 있다. 세제 개편 발표(7월 말) 이후 시장 반응을 확인한 후 매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 성북구·구로구·강서구 등 강북 중저가 지역의 상승세가 강남을 앞지르는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 실거주 목적의 첫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이 지역 매물을 우선 검토할 만하다.
-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빠르게 오르는 환경에서는 전세 갱신 협상력이 임대인에게 유리하다. 전세 만기가 1년 내인 임차인은 갱신 조건을 서둘러 협의하거나 이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
- 규제 지역(구리·용인 기흥)에서 매수를 검토 중이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특성상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투자 목적이라면 이 조건이 치명적 제약이 된다.
- 하반기 공급 물량 확대 기대감이 3기 신도시 인근 기존 아파트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해당 지역 보유자는 타이밍 리스크를 점검하고, 청약 대기자에게는 분양가 안정화 기회가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