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3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은 전문가, 유튜버, 맘카페 회원, 실수요자 등 140명을 청와대로 불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예정 시간은 100분이었다. 그러나 토론은 190분 동안 이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찬반이 엇갈리는 민감한 의제를 이 정도 시간을 들여 공개 토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90분의 초과 시간은 단순한 시간 초과가 아니다. 그 안에 현 정부가 직면한 부동산 문제의 복잡성과 정치적 부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섰나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경제부총리의 소관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테이블 앞에 앉아 100분이 넘는 공개 토론을 주재한 것은 매우 드문 장면이다. 이는 두 가지를 동시에 시사한다. 첫째, 현재 부동산 문제가 특정 부처의 전문 영역을 넘어선 정치·사회적 의제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74주 연속 상승 중이며, 수도권 전셋값도 동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숫자가 상징하는 바는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청년층의 좌절, 전세 사기의 공포, 다주택자와 실수요자 사이의 형평성 갈등이 모두 뒤섞인 사회적 균열이다.
둘째, 7월 말로 예고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직접 청취해 정책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미 7월 초 세제 개편안의 7월 말 발표를 공식화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양쪽을 손보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으며, 종합부동산세는 세율 인상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시행령으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양도소득세는 보유기간보다 실거주 기간에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
190분이 드러낸 정책 딜레마
토론이 예정을 90분이나 초과한 것은, 부동산 정책에 쉬운 해법이 없다는 사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다. 공급을 늘리면 기존 보유자의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세금을 높이면 시장 거래를 위축시켜 전세 공급을 오히려 줄이는 역설을 낳는다. 금융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좁아지고, 완화하면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부메랑이 된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세 가지 축은 공급·금융·세제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의 입주 일정 현실화와 도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 민간 임대 육성 방안이 거론됐다. 금융 측면에서는 DSR 규제의 탄력적 운용과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실수요자 지원 상품 확대가 제안됐다. 세제 측면에서는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와 실거주자 양도세 혜택 확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 세 축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건드려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바로 그 복잡한 상호작용이 190분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제 개편, 무엇이 바뀌나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세제 개편이다. 현재 거론되는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종합부동산세는 세율을 직접 올리는 대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단계적으로 80~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세율 인상에 따른 조세 저항은 줄이면서 실질 세 부담은 높이는 '우회 증세' 방식이다. 2022년 문재인 정부 말기에 100%였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윤석열 정부에서 60%로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것이므로,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체감 변화는 상당할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보유기간 중심의 현행 감면 체계를 실거주 기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안이 검토된다. 2년 보유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을 실제 거주 기간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서 묶어두는' 전략보다 '사서 살면서 팔 때 혜택받는' 구조로 세제를 재설계하겠다는 신호다. 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동시에 실수요자의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다.
전문가 시각: 이번 대토론이 과거와 다른 점
부동산 정책 토론이나 공청회는 과거에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7.23 대토론회는 몇 가지 점에서 과거와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참석자 구성이 이례적이다. 교수와 연구원 중심이었던 기존 공청회와 달리, 이번에는 유튜버와 맘카페 회원이 포함됐다. 이는 정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 설계다.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실행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토론 결과를 즉각적인 정책 발표로 연결하지 않고 7월 말로 일정을 잡아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는 여론을 한번 더 들은 뒤 정책의 강도와 방향을 최종 조율하겠다는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산 가격의 단기 조정보다 장기적 연착륙을 관리하겠다는 방향성을 내비친 셈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규제보다는 점진적 정상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들
- 양도세 실거주 기준 강화가 확정되면 '보유만 하고 팔지 않는' 전략이 더 이상 세금 최적화 수단이 되지 않는다. 매도 시점에 실거주 기간 충족 여부를 지금부터 따져봐야 한다.
-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 이상으로 올라가면 공시가 9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단계적으로 증가한다. 다주택자는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성을 점검해야 한다.
- 세제 개편은 부동산 시장의 단기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 7월 말 발표 전후 몇 주는 시장 혼란이 예상되므로 급하지 않은 매수·매도 결정은 개편 내용 확인 후에 내리는 것이 유리하다.
- 민간 임대 육성 정책이 포함될 경우 소형 임대사업자 제도의 재정비 가능성이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지위나 혜택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관련 보유자는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 공급 확대 시그널이 동시에 나온다면 3기 신도시 인근의 기존 아파트 가격은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실거주 목적 청약 대기자에게는 오히려 기회 구간이 될 수 있다.
결론: '집은 거주 공간'이라는 선언의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집은 사고파는 매수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공간'이라고 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 한 마디는 세제, 금융, 공급 전 영역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 기조의 핵심을 압축한 선언이다. 실거주자에게 세제 혜택을 집중하고, 투자 목적의 보유에는 비용을 높이며, 공급은 실수요자가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늘린다는 큰 그림이다.
이 방향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정책 발표와 입법 과정, 시장의 적응 기간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7.23 대토론회는 그 방향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정책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기준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보유·매도·청약 전략을 그에 맞게 재검토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