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80조 정비사업 시장, 이주비 대출 규제에 '올스톱' 위기
공급 절벽의 뇌관이 터지고 있다

2026년 6월 9일 | 부동산인사이트 편집팀 | #재건축 #재개발 #이주비대출 #정비사업 #공급절벽
80조
2026년 서울 도시정비사업 예상 시장 규모
91%
이주 예정 구역 중 이주비 대출 차질 비율 (43곳 중 39곳)
3.1만
이주비 규제 영향 예상 세대수 (재개발·재건축·소규모)

2026년, 서울 도시정비사업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인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수·압구정·여의도 등 강남권 대어급 사업장이 줄지어 시장에 나왔고, 미아·상계·전농 등 강북권 정비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주 문턱 앞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칫하고 있다. 원인은 하나다. 이주비 대출 규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가 예정된 정비사업 구역 43곳 중 91%인 39곳(약 3만 1천 세대)이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해 이주 자금 마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24곳(2만 6,200호)과 소규모주택정비사업 15곳(4,400호)이 포함된다. 공급의 마지막 관문인 이주 단계에서 사업이 멈추면, 그 결과는 2~5년 후 입주 물량 급감으로 나타나고, 시장은 또다시 공급 절벽에 직면하게 된다.

이주비 대출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공사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거주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통상 철거 직전 감정평가액의 일정 비율(LTV)을 한도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24년 10·15 부동산 대책과 6·27 대책을 거치며 이주비 대출 LTV가 70%에서 40%로 낮아졌고, 최대 한도도 6억 원으로 제한됐다.

문제는 이 기준이 '다주택자 투기 차단'을 명목으로 만들어졌지만, 실거주 조합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강남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감정평가액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LTV 40%를 적용하면 4억~5억 원만 빌릴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이 7억~8억 원을 넘는 서울에서 이주할 집을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부모 봉양을 위해 1채를 증여받은 것뿐인데, 다주택자로 분류돼 이주비 대출을 못 받는다. 수십 년 살아온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이사 갈 돈이 없는 상황이다. 이것도 투기인가."

- 서울 강북구 재개발 예정 구역 조합원 인터뷰 (언론 보도 종합)

공급 시계가 멈추면 시장은 어떻게 되나

재개발·재건축은 서울 신규 주택 공급의 핵심 경로다. 2025~2030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의 70% 이상이 정비사업에서 나온다. 이주가 지연되면 철거가 늦어지고, 철거가 늦으면 착공이 밀린다. 착공 후 일반 아파트는 3년, 대단지는 4~5년이 걸린다. 지금 이주 단계가 1년 지연되면, 2030년 전후 입주 물량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서울 신축 아파트 희소성 기대가 높아지면서 기존 단지의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상승 중이다. 공급 절벽이 심화될수록 현재 정비사업 예정 구역 인근의 기존 아파트 가격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규제가 공급을 막아 가격을 올리는 역설이 반복되는 것이다.

주목: 대형 건설사 수주전 격화
성수·압구정·여의도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브랜드 아파트 간 경쟁이 조합원의 협상력을 높이지만, 공사비 상승과 연동돼 분양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정비사업 정책 변화

2026년 6월 서울시장 선거는 정비사업 정책의 중대 변수다. 주요 후보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 단축, 용적률 완화, 공공기여 비율 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정원오 후보 등이 제시한 '착착개발' 방식은 기존 평균 15년 소요 기간을 10년 이내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비사업의 속도와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이슈도 있다. 이주비 대출 규제는 금융당국(금융위원회)과 한국은행의 거시건전성 정책 영역이라 서울시장이 독자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결국 중앙정부-지방정부 간 정책 조율이 필수다. 규제 완화를 원하는 정비사업 조합들은 새 시장 취임 후 중앙정부를 향한 요청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 정책 평가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 '공급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재건축 규제 완화 신호를 보냈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적용 확대, 신속통합기획 확장 등이 대표적 조치다. 그러나 이주비 대출 규제는 전 정부 시절 도입된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수단이라 쉽사리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공급 확대와 가계부채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정부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주비 대출 LTV를 다시 60~70%로 완화하면 공급이 풀리지만,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 금융 안정에 부담이 된다. 전문가들은 '1주택 실거주 조합원 한정 이주비 대출 우대 적용'과 같은 핀셋 정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신중하다.

실수요자·투자자를 위한 시사점

결론: 공급의 열쇠는 이주비 대출 규제 해제에 있다

서울 주택 공급의 가장 현실적 경로는 정비사업이다. 그리고 지금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이주비 대출 규제라는 단 하나의 제도다. 80조 원 시장이 열렸다고 해도, 이주를 못 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이주비 대출 LTV 규제의 핀셋 완화가 불가피하다. 다주택 투기꾼이 아닌 실거주 조합원을 보호하면서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진짜 공급 정책의 시작점이다. 80조 원 시장의 문은 열렸다. 이제 이주비라는 열쇠가 필요하다.

면책 고지
본 기사는 공개된 통계자료, 언론 보도, 공공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정비사업 구역이나 매물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부동산 투자 결정은 개인의 재정 상황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신중히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작성 시점 이후 시장 상황 및 정책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