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9일, 부동산 시장에 중요한 정책 변화가 발효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에 대해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전면 확대했다. 지난 2월 일부 다주택자 매도 주택에 한해 적용됐던 유예 제도가 형평성 논란을 낳으며 불과 3개월 만에 대상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다.
이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기존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형평성 보완'이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히 행정적 정비로만 보지 않는다. 강남·용산·성수 등 서울 핵심 토허구역에서 임차인이 거주 중인 이른바 '세 낀 매물'의 거래 가능성이 열리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단기간에 분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허제 실거주 유예 확대—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하에서 매수자는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실거주를 시작해야 했다. 임차인이 살고 있는 주택을 매수하면 임대차 계약 기간 중에도 입주가 의무화되어 사실상 해당 주택의 거래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강남4구, 용산구, 성동구(성수동) 등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핵심 입지에서 임차인 거주 매물은 매도·매수 양측 모두 극히 꺼리는 '거래 불능 매물'로 전락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 핵심 문제를 건드렸다. 매수자가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단, 적용 기한은 2026년 12월 31일 신청분까지이며, 매수자는 2028년 5월 11일 이전에는 반드시 실거주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결정적 요건으로, 매수자는 정책 발표일인 5월 12일부터 허가 신청일까지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세대여야 한다.
"이번 조치는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두지 않은 세입자 거주 매물에 대한 거래 단절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며,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만 적용됩니다."
— 국토교통부 주거정책과 공식 설명실수요자 환영 vs 시장 가열 우려, 두 갈래 시선
이 조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실수요자 편의 증진이라는 긍정적 평가다. 토허구역 내 무주택 세대가 내집 마련을 원해도 세입자가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매물을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이번 조치가 그 벽을 낮춰줬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용산 등 선호 지역의 매물 유통이 활성화되면 중장기적으로 거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미 4개월래 최고 주간 상승률(0.28%)을 기록하고 있다. 토허구역 해제에 이은 재지정, 그리고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까지 일련의 정책 변화가 매매 수요에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4구의 경우 규제 완화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선행적으로 견인하는 패턴이 과거에도 반복됐다.
"무주택 요건으로 선을 그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갭투자를 허용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매수자가 세입자 낀 집을 사서 2년 뒤 입주하면 그동안의 전세금을 유용한 셈이 되거든요. 정책 의도와 시장 반응 사이의 간극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 부동산 정책 전문가 (업계 의견 종합)정책 평가: 형평성 보완인가, 규제 완화의 우회로인가
이번 조치의 정책적 의미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토지거래허가제도의 본래 취지를 되짚어야 한다. 토허제는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 도구다. 허가구역 내에서는 매수자의 목적(실거주·사업)이 정당해야 허가가 나고, 이 목적에서 벗어나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지난 2월 시행된 1차 유예 조치가 다주택자가 매도한 주택에만 적용되는 편향된 설계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1주택자가 자신의 전세 낀 집을 팔 때는 유예 혜택이 없고, 다주택자 매물에만 적용된다는 형평성 논란이 즉각 불거졌다. 이번 개정안은 이 설계 오류를 수정한 것이지만, 그 결과가 토허제의 핵심 취지인 '투기 억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는 무주택 요건을 통해 투기 수요를 차단했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서는 신혼부부·청년층 등 젊은 세대가 무주택 자격을 내세워 전세 낀 강남 아파트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향후 임대차 종료 후 실거주로 전환하면 결과적으로 고가 주택 보유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모니터링과 사후 실거주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이 조치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 배경—집값이 다시 뛰는 이유
이번 정책 변화가 발효되는 5월 하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5월 2주차(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8% 상승하며 1월 마지막 주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강남구(0.19%), 서초구(0.17%), 송파구(0.35%)에 이어 성북구(0.54%), 종로구(0.36%)는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을 찍었다.
전세 시장도 강하다. 서울 전세가격은 5월 1주차에 0.23% 상승했으며, 송파구는 한 주에만 0.49% 급등했다. 입주 물량 부족, 높은 금리 부담에 따른 매수 관망, 실거주 수요의 전세 전환이 맞물리면서 전세 수급이 극도로 타이트해진 결과다. 이런 전세 시장 강세는 중장기적으로 갭을 좁혀 매매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수요자·투자자 시사점
- 무주택 세대의 기회: 강남·용산·성동구 등 토허구역 내 전세 낀 매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신청 기한이 2026년 12월 31일이므로 하반기 안에 물건 확보 및 허가 신청을 완료해야 합니다.
- 임대차 잔여기간 꼼꼼히 확인: 2028년 5월 11일까지는 반드시 입주해야 하므로, 잔여 임대차 기간이 2년 이상인 매물은 기술적으로 불가합니다. 세입자 계약 만료 시점을 매수 전에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 가격 급등 구간 진입 리스크: 현재 강남권은 이미 연저점 대비 5~10% 수준의 반등을 이룬 상태입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시세 차익 목적의 단기 접근은 신중해야 합니다.
- 다주택자는 해당 없음: 이번 조치는 무주택 세대에만 적용됩니다. 1주택 이상 보유자는 기존 토허제 실거주 의무가 그대로 유지되며, 위반 시 이행강제금 및 허가 취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책 되돌림 가능성 염두에: 시장 과열 양상이 심화될 경우 국토부가 이 조치를 조기 종료하거나 요건을 추가 강화할 수 있습니다. 12월 31일 신청 마감이 단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책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와 연동: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이번 규제 완화와 시너지를 내며 강남권 가격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유지되면 수요 분출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결론: 실수요자 배려인가, 판도라의 상자인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는 분명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조치다. 세입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래가 원천 봉쇄됐던 기존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한 것은 합리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입법 취지를 초월하는 법이다.
강남·용산·성수의 토허구역 매물은 서울에서 가장 가격 민감도가 높은 자산이다. '무주택 요건'이라는 안전핀이 달렸지만, 신혼부부 명의 분리나 증여를 통한 우회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이번 조치가 선의의 정책으로 남으려면 집행 단계에서의 철저한 실거주 의무 이행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무게는 발표 당일이 아닌, 1~2년 뒤 현장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