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시장에 작지 않은 숫자가 포착됐다.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0.28%. 표면적으로는 소박해 보이지만, 이는 올해 1월 넷째 주(0.31%)를 찍은 뒤 15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가 일제히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강남 3구가 시장을 견인하고 나머지가 눌려 있던 작년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온기가 한 지점이 아니라 서울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 현상은 단순한 계절적 회복이 아니다. 공급 구조의 변화, 양도세 정책 변수, 그리고 집요하게 살아남은 실수요 심리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이 세 가지 동인을 차례로 해부하고, 향후 시장이 어떤 궤적을 그릴지 가늠해 본다.
① 공급 쇼크: 예고된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다
올해 수도권 신축 입주물량은 약 11만 1,700호로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할 전망이다. 최근 5년 평균 수도권 연간 입주물량이 약 17만 호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절벽이 얼마나 가파른지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은 도심 내 신규 택지가 사실상 소진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마저 각종 규제로 지연되면서, 공급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퍼졌다.
문제는 인허가 지표가 더욱 암울하다는 점이다. 2024~2025년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건설사들의 사업성이 악화되어 착공을 미룬 사업장이 대거 누적됐다. 통상 착공에서 입주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27~2028년 공급 전망도 밝지 않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심리로 전환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국에는 여전히 집을 갖고 싶은 무주택 가구가 700만 가구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이 수요 기반이 공급 감소라는 물리적 한계와 만날 때, 가격은 구조적으로 지지된다. 단순한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가 뒷받침하는 상승이라는 점에서, 이 국면은 2021년의 유동성 버블과는 결이 다르다.
"공급이 이미 줄기 시작했는데 수요는 줄지 않았다. 700만 무주택 가구의 내집 마련 욕구가 시장 가격을 지탱하는 구조적 하방 지지선이 되고 있다."
— 부동산 시장 분석 전문가 견해 종합② 양도세 유예 종료와 역설적 매물 소진
지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공식 종료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다주택자 매물 방출 트리거'로 기대했다. 유예가 끝나면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최대 기본세율+30%P의 양도세가 부과되는 만큼, 4월 말~5월 초 사이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다주택자 투매'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펼쳐졌다. 유예 종료 직전 일부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된 뒤, 시장에 남아 있는 물건이 오히려 감소했다. '세금이 너무 비싸서 팔지 않겠다'는 매물 잠김 현상이 강화된 것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보유세를 감수하더라도, 양도세 중과까지 맞으면서 팔기보다 더 기다리는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다. 결국 급매물 기대는 역설적으로 매물 감소로 귀결됐고, 호가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부는 충격 완화를 위해 계약일 기준 유예를 도입했다. 5월 9일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면, 잔금일이 이후라도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보완책이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용산) 소재 주택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 지난해 새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내 양도 시 중과 면제다. 그러나 이 보완책이 오히려 '잔금 유예 후 더 기다리겠다'는 심리를 강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70%에 육박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이 수준에서는 대출을 조금만 끼워도 매매 비용이 전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수요자들은 결국 매매로 돌아선다."
— 서울 주요 공인중개사 현장 취재 종합③ 매수심리 급반등: 전세가 상승이 방아쇠를 당기다
KB부동산이 발표하는 매수우위지수가 5월 들어 눈에 띄게 반등했다. 전세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 서울 전세가는 최근 수개월째 우상향 중이며,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매매 전환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선다.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둔 세입자들이 "전셋값이 더 오르느니 집을 사겠다"며 매수 의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심리를 자극한다. 미국 연준의 방향성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하반기 추가 인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지금 사두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선행 매수를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기대감이 살아있는 단지들의 선도 상승이 주변 단지 가격을 끌어올리는 군집 효과까지 더해졌다.
④ 지역별 온도차: 강남 주도에서 전방위 확산으로
이번 상승 국면의 두드러진 특징은, 강남 3구에 집중되던 이전 상승과 달리 서울 전 자치구에 걸쳐 상승세가 고르게 분포된다는 점이다.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권역도 소폭이나마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물론 절대 상승폭은 용산·마포·영등포 등 도심 생활권에 집중돼 있지만, 전 자치구 동반 상승이라는 사실 자체가 시장 회복의 넓이를 가늠하게 한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여전히 약세다. 경기 외곽, 인천 일부, 지방 중소도시는 미분양이 누적되고 거래도 한산하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서울 도심과 외곽,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서 심각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헤드라인을 '전국 부동산이 오른다'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
⑤ 상승 지속 가능성과 리스크 요인
현재의 상승세가 2021년 같은 급격한 쏠림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다. 낙관론 측은 공급 부족이 구조적이고 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든다. 비관론 측은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광범위한 가격 급등은 어렵다고 본다.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으로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기대보다 낮아진 구매자가 많다.
핵심 리스크는 두 가지다. 첫째, 정부의 추가 규제 카드다. 집값이 일정 기간 연속 상승하면 조정대상지역 확대나 추가 대출 규제가 뒤따를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 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 변수가 한국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 부동산 수요도 꺾일 수 있다. 낙관하되 리스크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는 국면이다.
📌 실수요자·투자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5
- 입주 물량 우선 점검: 매수 예정 단지 주변의 향후 2년 내 입주물량을 반드시 확인할 것. 공급 과잉 지역은 상승장에서도 예외가 될 수 있다.
- 전세가율 기준선 활용: 전세가율 65% 이상 단지는 상대적으로 하방 안정성이 높다. 매매 전환 시 우선 검토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 DSR 한도 사전 계산 필수: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실제 대출 한도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 은행 상담을 먼저 거친 후 자금 계획을 세울 것.
- 양도세 중과 여부 확인: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매물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매도자의 실질 수령액이 낮아질 수 있어 협상 여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 정부 추가 규제 모니터링: 추가 조정대상지역 지정, LTV 강화 등 규제가 나올 경우 단기 거래량 급감이 예상된다. 단기 차익 목적보다 중장기 보유 관점으로 접근해야 안전하다.
결론: 상승의 기술적 신호는 켜졌다, 다만 선별적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15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회복 신호를 뚜렷하게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상승은 2021년의 전국적 광풍이 아니다. 공급이 부족하고 실수요가 강한 서울 핵심 권역에서의 선별적 반등이다. 지방·외곽과의 양극화는 더 깊어졌고, DSR 규제는 상승의 속도를 제한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하고 있다.
현명한 실수요자라면 이 국면을 '공급 부족이 구조화된 시장에서의 합리적 진입 기회'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서울 아파트가 오른다'는 단순화는 위험하다. 입지, 학군, 교통, 재건축 가능성 등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따지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면책 고지: 본 기사는 공개된 통계자료 및 시장 동향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분석 콘텐츠이며, 특정 부동산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개인의 재무 상황, 법적 검토, 전문가 상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사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내용은 작성 시점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며, 이후 시장 상황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