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의 첫째 날, 부동산 시장의 시선은 한 곳에 쏠려 있다. 9일 뒤인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한시 조치가 만료된다. 한시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5년 가까이 연장돼 온 이 제도가 이번에는 정말 일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시에 지난해 10월 15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후속 조치들이 1월 위험가중치 상향, 4월 스트레스 금리 3.0% 적용을 거쳐 이제 시장 곳곳에서 임계치를 시험하고 있다. 규제 시계는 멈출 줄을 모르는데, 정작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다주택자들은 5월 9일 이전에 매물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버틸 것인가. 그리고 25억 원 초과 주택을 살 사람들은 부족해진 8억 원의 자기자본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이 2026년 하반기 부동산 가격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핵심 지표 한눈에 보기
5월 9일, 다주택자에게 무엇이 사라지는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 기본세율 +20%포인트, 3주택 이상에 +30%포인트를 부과하던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조치였다. 매년 1년씩 연장되며 사실상 항구화되는 듯했던 이 조치가 이번에는 다르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시장 안정 의지를 분명히 했고, 5월 9일 일몰을 앞두고 "추가 연장은 없다"는 시그널을 거듭 발신해 왔다.
중과세율이 부활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양도차익 5억 원이 발생한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자를 가정해 보자. 현행 기본세율(40%)만 적용될 때 대략 1.7억~1.9억 원 수준이던 양도세 부담은, 중과세율 +30%포인트가 적용되면 70%대 세율 적용으로 3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산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사실상 '몰수' 수준의 세 부담이 부활한다.
그런데도 매물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
이론대로라면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매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지만, 현장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집계한 4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전월 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시장이 차분한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기존 보유 주택의 양도차익이 충분히 누적된 다주택자에게 70% 중과는 두렵지만, 6억~9억 원 한도로 줄어든 주담대 환경에서 매도 후 갈아탈 매수처가 마땅치 않다. 둘째, 임대주택 등록 사업자나 법인 보유분처럼 중과 적용이 처음부터 제한되거나 다른 경로가 있는 비중이 적지 않다. 셋째, 일몰을 앞두고 또 한 차례 한시 연장이 있을지 모른다는 '학습된 기대'가 잔존한다.
10·15 대책의 실제 위력 — 25억 초과 주택은 누가 사는가
다주택자 이슈가 5월 9일이라는 시점의 문제라면, 주담대 한도 차등 적용은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도권·규제지역 주택의 매매 가격대별로 LTV가 아닌 절대 한도를 부여하는 새로운 규제 방식을 도입했다.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25억 원은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단 2억 원이다. 25억 원 주택 매수자가 종전 LTV 50%였을 때 동원할 수 있던 12.5억 원의 차입은, 이제 2억 원으로 단숨에 84% 축소됐다.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명확하다. 강남 3구·용산·성수·여의도 등 25억 원 이상 매물이 즐비한 핵심지에서는 사실상 '현금 부자' 외에는 매수 진입이 불가능해졌다. 1월부터 시작된 위험가중치 상향(15%→20%), 4월 적용된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 3.0%(기존 1.5%의 두 배)까지 더하면 신규 차입자의 실제 가용 한도는 표시된 수치보다 한 단계 더 줄어든다.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산입의 충격
가장 폭발력 있는 변화는 따로 있다. 1주택자가 수도권 규제지역 내 전세대출을 받을 때,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이 차주의 DSR 한도(연 소득의 40%, 비은행권 50%)에 포함된다. 그동안 DSR 산정에서 제외돼 사실상 '무한대출'이었던 전세자금대출이 일반 부채와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의미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이슈로 자가 보유분을 임대 놓고 전셋집에 사는 이른바 '갭 거주' 가구, 그리고 1주택을 가진 채 전세에 살며 추가 매수를 노리던 갈아타기 수요는 그 동선이 봉쇄됐다.
10·15 대책 핵심 규제 정리
정책 평가 — 의도는 옳고, 효과는 비대칭이다
이번 대책의 정책 의도는 분명하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묶고, 규제지역 핵심지의 가격 폭주를 차단하며, 다주택자의 보유·매도 양 측면에서 비용을 동시에 인상해 시장 압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명목적으로는 일관된 메시지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비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핵심지일수록 규제는 무력해진다. 25억 원 초과 주택 매수자는 이미 충분한 자기자본을 가진 자산가다. 주담대 한도가 12억에서 2억으로 줄어드는 것은, 이들의 '자금 조달 옵션' 하나가 봉쇄되는 것일 뿐 매수 결정 자체를 저지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비핵심지·중저가 시장에서는 LTV 50% 적용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만큼 규제의 직접 영향이 더 약하다. 결과적으로 가격 압력은 핵심지가 아닌, 매수 여력이 가장 줄어든 '15억~25억 원' 중상위 가격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은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인데, 동시에 시행된 주담대 한도 강화는 매도 후 갈아탈 곳을 차단해 매물 동결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정책 간 시너지보다는 상쇄 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셋째,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산입은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는 정공법이지만, 1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실수요 가구에 대한 안전판이 부족하다.
5월 이후 시장 시나리오 — 세 가지 길
5월 9일을 분기점으로 시장이 갈 수 있는 길은 세 갈래다.
시나리오 A. 매물 점진적 출회 + 가격 약보합. 양도세 중과 부활 직후 일부 다주택자가 비핵심지부터 정리에 나서고, 중상위 가격대에서 거래가 늘되 가격은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경로다. 정부가 가장 바라는 그림이지만, 매수 여력이 동시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거래량 회복 자체가 제한적일 수 있다.
시나리오 B. 매물 동결 + 핵심지 차별화.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임대 전환·증여·신탁 등 우회로를 택하고, 매수 여력은 핵심지 현금 매수에 집중되는 경로다. 핵심지·비핵심지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고, 중간 영역의 거래절벽이 심화된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C. 규제 일부 완화 + 풍선효과. 거래 위축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6월 이후 비핵심지 LTV 완화나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예외 확대 등으로 한 발 물러서고, 동시에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붙는 경로다. 학습된 풍선효과가 다시 나타나면 정책 일관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수요자·투자자 시사점
- 1주택 갈아타기 수요는 5월 9일 이전 매도·매수 동시 진행을 고려하라. 양도세 중과 부활 시점 이전에 잔금일을 맞추는 일정 관리가 중요하다. 다만 매수처에서의 주담대 한도, 스트레스 금리 적용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
- 25억 원 안팎 매수자는 자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주담대 2억 한도는 신용대출·증여·기존 주택 매도자금까지 총동원해야 메울 수 있는 갭이다. 잔금 일정에 1~2개월 여유를 두는 것이 안전하다.
- 1주택+전세 거주 가구는 DSR 산입 영향을 반드시 점검하라. 보유 주택의 임대보증금 채무, 전세대출 이자, 기존 주담대 원리금이 합산돼 추가 차입 여력이 거의 없을 수 있다.
- 다주택자는 임대등록·증여·법인 전환 등 출구 시나리오를 비교하라. 단순 매도 일변도는 매물 동결 가능성과 양도세 부담을 동시에 키운다. 세무 전문가와의 시뮬레이션이 필수다.
- 비규제·비수도권으로의 풍선효과를 노린 단기 투자는 신중하라. 시나리오 C가 현실화되더라도 추가 규제(조정대상지역 신규 지정)가 곧바로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 분양시장 청약 전략은 가점·유효기간을 다시 계산하라.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산입 영향으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 당첨 후 잔금 마련 능력이 청약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결론 — 5월의 정책 카운트다운, 시장은 답을 내야 한다
2026년 5월은 단순한 정책 일몰의 달이 아니다. 양도세 중과 부활, 주담대 차등 한도 정착, DSR 강화, 스트레스 금리 적용이 한꺼번에 임계점에 도달하는 '규제의 합류 지점'이다. 매도자도, 매수자도, 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각자의 답을 내야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가격이 아닌 거래량이다. 거래가 살아나면 정책은 안정화에 성공한 것이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풍선효과를 부르는 다음 라운드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 5월 9일 이후 한 달, 시장은 정직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 답을 듣는 자세가 정부에게도, 시장 참여자에게도 가장 어려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