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5일, 정부는 그해 6·27 가계대출 규제와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이어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경기 12곳(과천·광명·성남·수원·안양·용인·의왕·하남 일부) 동시 규제, 둘째 차주별 DSR 스트레스 금리 두 배 상향(1.5% → 3.0%), 셋째 1주택자 수도권 규제지역 전세대출의 DSR 산입이다. 여기에 2026년 4월 예정이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20% 상향은 1월로 3개월 앞당겨 시행되며 규제의 밀도가 한층 더 짙어졌다.
발표 6개월이 지난 현재(2026년 4월), 이 '3중 그물'은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주간 변동률은 4주 연속 둔화됐고, 매물 잔량은 10·15 직후 7만4천 건에서 6만4천 건대로 떨어진 뒤 횡보 중이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빠졌다. 그러나 핵심지 신고가는 멈추지 않고, 무주택 실수요자 대출 한도는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가격은 덜 오르지만 서민 접근성은 더 나빠진'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1. 대책의 해부도: 세 개의 그물이 어떻게 겹치는가
① 토지거래허가구역 + 2년 실거주 의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허제로 묶였다. 일정 면적 이상 주택·토지 매수 시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고, 매수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10·15 대책 Q&A에 따르면 2025년 10월 20일 계약분부터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이는 사실상 수도권 핵심권역에서 '갭투자' 구조를 원천 차단하는 조치다.
② 스트레스 DSR 3단계 + 스트레스 금리 3%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지역·차주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며, 규제지역 내 주담대 차주는 차주별 DSR 산정 시 실제 금리에 3%p를 가산해 한도를 계산한다. 기존 1.5%에서 두 배로 오르면서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대출 한도가 급격히 축소됐다. 실제 연 4%대 금리로 대출받는 차주라도 DSR 계산에서는 연 7%대 금리로 원리금을 산출하게 된다.
③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20% 조기 시행
은행이 주담대에 적용하는 자본 요구량이 커지면 은행은 자체적으로 한도·금리를 빡빡하게 운영할 유인이 생긴다. 4월 예정이었던 위험가중치 20% 상향이 1월로 앞당겨지면서, "25억 초과 주택은 담보 가치 대비 약 2억 원까지만 대출"이라는 체감적 상한선이 형성됐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수도권 규제지역 담보대출 만기연장도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2. 성적표 평가: '잡았다'와 '왜곡됐다' 사이
숫자만 보면 대책은 표면적 목표를 일부 달성했다. 주간 상승률 둔화, 매물 잔량 감소, 거래량 급감이 동시에 관측된다. 정부가 의도한 '과열된 수요 억제' 측면에서는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 가지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 첫째, 핵심지 양극화의 고착화다. 대출 레버리지가 차단될수록 현금 여력이 있는 매수자만 남고, 이들은 입지 프리미엄이 분명한 강남·마용성으로 수요를 집중시킨다. 규제가 거꾸로 핵심지 가격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한다.
둘째, 무주택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 상승이다. 1주택자 전세대출 이자의 DSR 산입은 '사다리 올라타려는' 세입자까지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매매 한도도 줄고, 전세 보증금 마련도 어려워지면 실수요자는 월세로 밀려나고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다. 강남 3구 전세가율 역대 최저는 이 구도의 결과물이다.
셋째, 공급 측 신호의 약화다. 10·15 대책은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혀 있고, 9·7 공급 확대 방안의 이행 속도는 시장의 체감보다 느리다. 2026~2027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급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는 꾸준하고, 이 공백이 규제 완화 국면에서 가격 재점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장은 이미 반영하기 시작했다.
3. 평가 프레임: 단기 지표 vs 중장기 구조
정책 평가에는 두 개의 시계가 필요하다. 단기 지표만 보면 '성공'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주간 상승률은 둔화됐고, 광풍이라 불리던 시장의 속도는 분명히 꺾였다. 그러나 중장기 구조 관점에서 이번 대책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남겨놓고 있다.
첫째, 전세 시장의 월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1주택자 전세대출의 DSR 산입은 임차인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임대차 시장의 유동성이 줄면 전세가율이 떨어지고, 월세 비중이 빠르게 커진다. 주거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에 역행할 위험이 있다.
둘째, 핵심지 독점 심화를 견제할 수단이 있는가. 규제가 강해질수록 '확실한 입지'로만 자금이 몰린다. 강남 3구·마용성의 가격 저항선이 강화될수록, 서울 외곽과 지방 시장과의 격차는 벌어진다. 이는 다음 상승 국면에서 양극화를 구조화할 수 있다.
셋째, 출구 전략은 준비됐는가. 모든 초강수 규제는 언젠가 완화 국면을 맞는다. 2022년 DSR 강화 이후 시장 반등기에 들어섰을 때도 정책이 급하게 풀리며 가격이 다시 튀어올랐다. 지금의 규제를 어떤 지표로, 어떤 속도로 해제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시장에 제시될 필요가 있다.
4. 정책의 사각지대와 제안
정책의 의도가 정당해도 집행의 정교함은 별개의 문제다. 현 대책은 다음 영역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산입의 세분화. 무주택 임차인과 1주택 임차인(직장 이동·자녀 학군 등 불가피 이주)의 구분이 필요하다. 일괄 적용은 주거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
- 실수요자 특례 한도 재설계. 생애최초·청년·신혼부부 등 특례 DSR·LTV 한도는 스트레스 금리 3% 체계에서 실질적으로 의미가 희석됐다.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 공급 로드맵의 가시화. 9·7 공급 확대 방안의 실적이 시장에 보이지 않는다면, 수요 규제의 정당성은 점차 약화된다. 분기별 공급 추진 현황 공개 등 가시적 관리가 필요하다.
- 토허제 행정 수용력 점검. 서울 전역+경기 12곳 토허제 동시 시행으로 구청 심사 적체가 발생할 수 있다. 실거주 실태 점검·허가 심사 인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 출구 전략 지표 공개. '어떤 지표가 어떤 수준이 되면 규제를 완화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고, 완화 국면의 재과열 리스크도 통제할 수 있다.
5. 실수요자·시장 참여자 체크리스트
- 대출 한도, 은행별로 다시 확인. 위험가중치 상향 이후 은행마다 한도·금리 차이가 커졌다. 최소 3곳 이상 상담 권장.
- 전세 계약, 실거주 의무와의 충돌 점검. 2년 실거주 의무 대상 매수라면 전세 세팅은 원천 불가. 자금 계획을 실거주 전제로 재구성해야 한다.
- 청약 전략 재조정. 당첨 후 자금 조달 계획서 통과가 과거보다 훨씬 어렵다. 계약금·잔금까지의 현금 흐름을 사전 시뮬레이션할 것.
- 세입자는 월세 전환 시나리오 준비. 전세 매물 부족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보증금·월세 환산 구조를 본인 예산에 맞게 복수 시나리오로 관리.
- 다주택자·임대사업자는 만기연장 제한 체크. 수도권 규제지역 담보대출 만기연장 금지 원칙에 따라 재융자 경로가 차단될 수 있다. 유동성 확보 선제 대응이 필요.
결론: '초강수'의 다음 장(場)이 필요하다
10·15 대책은 가격 과열의 속도를 늦추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단기 억제라는 목표에서 '성공'이라 부를 만한 지표도 있다. 그러나 수요 억제만으로는 주거 안정을 완성할 수 없다. 핵심지 양극화, 무주택 서민의 진입 장벽, 전세의 월세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규제가 강해질수록 또렷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네 번째, 다섯 번째 대책이 아니라 공급 로드맵의 이행 속도와 출구 전략의 투명성이다. 초강수의 성적표는 숫자만으로 매겨지지 않는다. 시장은 결국 정책의 신뢰도를 가격에 반영한다.